지금 내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요즘 뇌과학 책이 심심찮게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끄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과학의 영역을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과학자들 덕분인데요. 과학과 인문의 영역이 허물어지니 우리들의 지식과 생각의 지평도 넓어지고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언젠가 이런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어요. 새로운 길로 걸어가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등 이전과 전혀 다른 체험을 하면 우리 뇌 속 신경세포를 연결해 주는 '시냅스'가 엄청나게 활성화 된다는 겁니다. 그냥 시냅스가 몇 개 정도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폭발적'으로 여기저기 용솟음 치듯 탄생한다는 거예요. 과학계에선 생후 2달 뒤부터 만 2살까지 1초에 180만 개의 시냅스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폭발적', '기하급수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듯 합니다. 시냅스가 왜 중요하냐고요? 우리 뇌는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 시냅스를 만든다고 합니다. 뇌 속 신경세포(뉴런)는 수많은 다른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학습된 내용을 기억한다고 해요. 그러니 시냅스가 없거나 몇몇 시냅스로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라면 '기억'이 아예 없거나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거겠지요. 반대로 시냅스의 연결망이 촘촘하다면 분석과 판단 같은 두뇌 활동이 훨씬 빠르게 된다고 하니 '시냅스', 어떻게든 많이 만들면 좋겠지요?
어제 오늘 제 머리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시냅스가 만들어 졌을 겁니다.
새로운 길, 새로운 전경, 새로운 맛을 수없이 경험했거든요.
으슥한 밤, 은은한 달빛에 신비로운 자태를 위용있게 뽐내고 있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부터
바다 한가운데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새만금방조제 도로를 거쳐
어디든 고개를 돌려도 각기 다른 매력의 섬들이 눈 안에 걸리는 고군산군도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니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겁니다. 와! 와! 와! 하고 말이죠.
그야말로 제 머리 속에는 연결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을 겁니다.
머리에는 물음표, 가슴에는 느낌표
<물음표 혁명>이란 책을 쓴 김재진 교사는 이런 말을 남겼어요. "그대 안에 잠들어 있던 물음표와 느낌표가 깨어나면 전과는 다른 새로운 지구별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머리에도 마침표, 가슴에도 마침표를 찍으며 기계처럼 살 것인가? 머리에는 물음표, 가슴에는 느낌표가 살아 숨쉬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마침표 투성이었던 제 삶이 물음표와 느낌표가 가득한 삶으로 바뀌니 요즘 참 신바람 납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많이 자지 않아도 오히려 배부르고, 피곤치 않아요. 이게 다 여행 덕분입니다.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에다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삶과 사상, 철학을 접하니 끊임없이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글로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겁니다. 물음표, 느낌표가 이제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걸 느낍니다.
얼마전 두번째 뇌종양 수술을 받은 제 엄마는 '나중에'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셨어요. "엄마! 이제 좀 쉬세요~" "나중에~" "엄마!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으니 이제는 쉬엄쉬엄 여행도 하고 즐기세요!" "나중에~"
그렇게 나중에, 나중에 하고 완벽하게 준비될 날을 기대만 하시다 결국 건강을 잃고 후회하게 되셨습니다. "그때 그냥 할 걸, 그냥 떠날 걸..."하고 말이죠.
인생에 완벽한 때는 없습니다. 또 처음 해본다, 두렵다는 이유로 낯선 세계의 초대를 거부한다면 그와 같은 기회를 영영 나의 경험으로 만들지 못할 겁니다.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고 아무 것도 결단하지 않은 채 사는 건 그냥 사는 것일 뿐'이라는 김병완 작가의 단호한 한마디, 낯선 세계를 만났을 때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호모 비아토르 Homo Viat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예술 기행 (feat. 르네 마그리트) (0) | 2020.08.11 |
|---|---|
| 여행자의 자세 (0) | 2020.08.02 |
| 여행을 위한 준비물 (0) | 2020.07.31 |
| 호모 비아토르 라이프 (0) | 2020.07.26 |
| 여행의 이유 (2) (0) | 2019.09.07 |